자캐_Commu

[기적의 성사후기] 탈커 예정 커뮤 할매는 눈새 성사의 꿈을 꾸는가?

장수돌 2022. 5. 1. 14:25

* 트위터 자캐커뮤 <Architects of Universe>의 오노프레 "오프" 테이셰이라와 안 티키테라 캐릭터의 오너형(?)

  성사 후기입니다. 본 글의 작성자는 닉네임 장수돌, 오노프레 "오프" 테이셰이라 캐릭터의 오너입니다.

 

* 관통 후기, 성사 후기류를 써 본 적이 없어서. 그저 신나네요. 아, 나도 바로 *요새 커뮤러*? ㅎㅎ

 

* 본 후기는 해당 커뮤니티와 어떤 연관이 없는, 러너 개인의 자캐커플 성사 후기임을 밝힙니다.

 

* 9주 간의 여정 동안 함께 해주시고, 캐릭터에게 애정을 주신 앤캐오너 파란님께 감사드립니다!

 

* 이하부터는 개인의 자캐커플 성사 후기가 이어집니다. 글러인 점, 사람이 워낙 정신없게 사는 점을 참고하여

  횡설수설 해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글만 많습니다. 길고요. 공백 포함16,137자 / 공백 제외11,768자의 후기!

 

* 앤오님의 큐티빠띠한 후기는 이쪽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 지젼큐티관통후기세상에이런후기가

 

 

더보기
출처 : 자체 제작, 스타워즈 1 보이지 않는 위험 패러디

 

 요약 : 탈커 마음먹고 마지막으로 취향커 갔다가, 지젼 눈새짓한 후에 오지고 지리는 내 취향 논바 앤캐 얻어옴.

 

 본문 : 이제 여기서부터(▼) 환장하니까 읽을 때 예쁜거 옆에 두고 보세요!

이후부터는 ~다. 체로 통일함. 당연함. 내 후기니까. 무척 깁니다. 글러니까(?).

 

-목차-

 

1. 프롤로그 : 수돌은 왜 이러고 사는가?

2. 커뮤 생활 및 자캐 : 자아 쎈 오노프레 "오프" 테이셰이라와 그놈 머리채를 잡은 수돌의 고통

3. 귀여운 안 티키테라와 고통의 길(1) : 나는 너와 말을 하고 싶었어.

4. 귀여운 안 티키테라와 고통의 길(2) 

5. 그런데 말입니다……. : 신호를 못 받아서 죄송해요.

6. 예? 진짜요? 여기서요? : 대환장의 끝

 

 

1. 프롤로그 : 수돌은 왜 이러고 사는가?

Take 1 : 뮤비가 안 티키테라(앤캐) 닯은 No Buses의 "Yellow Card"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일단은 커뮤 합격부터 스스로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 바닥은 내겐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자캐 커뮤를 1n년 쯤 뛴 소위 "커뮤 할매"이고, 트위터 자캐커뮤니티(이하 "트커") 포맷에 적절한 사람은 아니다. 내가 트커에 잘 안 맞는 이유는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커에 대한 포맷 이해 차이 : 내게 있어 "자캐커뮤니티"란 창작자들이 자신의 주력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란 인상이 있다.

(그렇다. 나는 다음카페와 네이버카페의 자캐커뮤 춘추 전국 시절부터 자커를 뛰었다.

기간이며 뭐며 나랑 그다지 맞는 부분이 없다.)

 

2. 글러 : 아무래도 순도 10000% 글러이다보니(그림 못 그림, 관심도 없음), 트위터에선 배제적일 수 밖에.

 

3. 성향 : 게다가 나는 글로그를 치고, 로그 핑퐁을 하는 걸 좋아한다. 역극은 더럽게도 못한다.

출처 : 내 캐릭터. 역극 못함 레전드.

4. 미숙함 : 아무래도 포맷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각 포맷별 커뮤에 따른 '암묵적 룰' 같은 것에 약하다.

5. 아무튼 잘은 못함. 

 

 

상기의 이유로 트커를 잘 가지 않았다. 이상하게 저쪽 코드랑 안 맞는지 내 취향커도 많이 안 나오고, 활동하면 98% 합격하던 나는 신청서 합격제라는 트커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트커도 열 번은 가봤는데, 그 중 여덟번이 탐라 내 2차 지인커에서 2차 지인들하고 하하호호하면서 1달 이하로 노는 게 끝이었다. 합격은 한 두 세 번 해봤나? 가려는 시도도 거의 없었으니 무용한 숫자라고 봐도 좋다. 사실 상 트커 초짜나 다름없다.

 

 트커를 떠나, 이맘때 즈음 나는 완전한 "탈커"를 생각하고 있었다(이건 이후 환장의 "저 연공 안할래요"와 이어지는 주제다).

 글러의 눈물겨운 잔혹사야 여기서 풀 일은 아니니, 커뮤 내 "글러"하면 뜨는 여러 가지 비극은 모두가 알 것이라고 퉁치겠다. 그 외 나이대 문제, 온라인 사람 피로 문제 등등도 겹쳐서 악재의 악재까지 거듭했다. 트커로 사람이 몰리고, 점점 보드게임화 되어가는 흐름에도 나랑은 안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이제 다 그만두고, 다른 것에 집중할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2. 커뮤 생활 및 자캐 : 자아 쎈 오노프레 "오프" 테이셰이라와 그놈 머리채를 잡은 수돌의 고통

Take 2 : 오프 만들 때 들었던 노래 중 하나, Stereophonics의 Traffic

 자캐커뮤 <Architects of Universe(이하 "AoU")>는 그런 내게 급발진 용기를 심어준 곳이었다. 위의 패러디 짤에도 썼지만, "은영전"과 건담 시리즈는 물론, 그 외 파운데이션 시리즈 등 유명 SF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오리진 스토리 커뮤"였다(기반커가 아니란 뜻이다). 그래서 나오는 용어 같은 것도 각 작품에서 차용 되는데, 예를 들면 "은영전"에 나오는 아스타테 성계가 커뮤 내 실제 지명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다. 그래, 나는 자타공인 은영전 빠다. 건담도 좋아하는데, 건담은 이런저런 이유로 유니콘까지만 좋아하고, 그 이후 시리즈는 별 관심이 없다(물론 모빌슈트에는 환장한다). 심지어 작중 아스타테 성계에서 벌어진 아스타테 회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전투다.

 

 AoU는 "라토스"라는 인류 최고의 위협에 따라 태양계에서 쫓겨난 인류(여기서는 유기체 인류는 물론, AI인데 시민권을 획득한 기계체까지 '인류'의 범위로 적법하게 인정한다는 설정이다.)들이 여러 성계에 흩어져 상호의존의 상태를 유지한 채 연합정부를 구성하여 살아간다는 설정이다. 러너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터미누스 성계(수도성 있음), 간다르바 성계, 어스니아 콜로니 지대, QB1 벨트, 아스타테 성계, 그리고 설정에 따라 현재 소실된 (구)라플라스 콜로니 소실 지역 출신 등이었다. 나는 어딜 택했냐고? 당연히!

 

아스타테 성계. 원 앤 온리. 그 외 지역에 관심 없었다.

 

 심지어 설정은 어떤가. 내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행정과 정치 등 전반적인 부분은 터미누스 쪽에서 해결하는데, 무역 연합의 본부 등 상업 중심 활동이 아스타테 성계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나중에 나오겠지만 내 캐는 물론이고 내 앤캐도 여기 출신이다. 아, 앤캐는 섬유 공장집 논바이너리 외동이다. 귀여워.

 

 아무튼 이는 나중에 풀기로 하고, 나는 아/묻/따 아스타테 성계를 잡았다. SF에서도 성간 자본 흐름에 대한 사항이나 무역에 대한 이야기에 미쳐 있었기 때문에(스타워즈 최애도 "밀레니엄 팔콘"이다. 한 솔로 말고요.), 내가 여길 잡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지역 설정에 따른 인원 차등 합격 같은 조건도 없었기에 더더욱. 

 

 내 1n년간 커뮤러로서 특성이 뭐냐면, 한 번 꽂히면 그 자리에서 5초 만에 캐릭터의 모든 걸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9주 간 내 스트레스의 직간접적인 원인이자, 그린 듯한 내 취향 연상 논바 앤캐를 어쩌다 꼬신(?)놈이자, 지젼 싸가지에 그린듯한 "편견 속의 아스타테 사람", 오노프레 "오프" 테이셰이라(코드네임 : 비아헤)가 탄생했다. 이후부터 이 자식을 오프 또는 파란 머리 싸가지 기타 등등으로 부르겠다. 

 

출처 :지인 커미션. 다 올려놓기 뭐해서 3부 전신만 올린다. 사유는 지인이 아이디를 여기만 적어줬다...

 

 이 파란머리 싸가지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일단 내 모든 패착 아닌 패착의 원인이 다 얘 때문이다. 역극을 상정하고 짰어야 했는데……. 그런 걸 생각했으면 친화력이 높고, 상냥하고, 적당히 예의 바른 애를 했어야 맞다. 그런데 내 로그커 버릇이 남아버려서(나는 보통 카커나 홈페이지소설커뮤, 즉 홈소커만 다닌다)이런 놈을 짜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탑건을 재주행해버린데다가, "아, 이런 SF 스페이스 오페라 커뮤면 느물느물 파일럿이 짜세 아니냐?" 같은 생각까지 해버린 것이다.

 어차피 이 커뮤는 내게 마지막 커뮤가 될 것이고, 사실 합격할 거란 생각도 없어서 내 로망아닌 로망이자 오타쿠 덕심 다 끌어모아 때려박았다. 그렇게애프터에서마초남패싱당함 머리카락이 파란색인 이유도 별 거 없다. 그냥 그때 그시절 애니 캐들은 인쇄 상의 이유로 검은머리가 죄다 파랬으니까(ㅋㅋ). 

 

대충 프로필은 : 

1) 나이 : 최종 성장 기준 20세. 커뮤 설정 허용 기준 최연소 나이(동갑 많다).

 

2) 인종 : 유색인종. 스패니시 또는 히스패닉 고려. 사실 인도계도 생각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전자로 감.

 

3) 성별 : 시스젠더 남캐. 아무래도 시스젠더 외 다른 젠더 설정은……그 젠더들에게 실례되는 실수를 할까봐 덜컥 겁이 나서 시스젠더로 했다. 창작보다 중요한 건 실존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4) 가족 : 아스타테 내 유명 무역상 집안 "테이셰이라" 가문의 삼남. 위로 장녀1(첫째), 장남1(둘째)가 있고, 나이차이가 좀 있다. 아래로는 동생이 한 명 있는, 소위 끼인 위치.

 

5) 잘하는 거 : 평범 이상으로 경제 및 경영 관련 능력과 수완이 있으나, 군 관련 직업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자유인 설정. 그 외 회로에 대한 이능력 때문에 HW관련 공돌이 특화. 이로 인해 4부에서 안과 말하게 됨! 중요.

 

6) 성격 : 엄청 싸가지 없다. 냉정하고 이성적이어서 마찰이 예상되고(실제로 마찰도 많았고), 말도 좋게하진 못한다. 따라서, 자아 열라 쎔(이건 이후 여러모로 도움이 되긴 한다. 도움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느물느물거리고 대외적 언변이 뛰어나다. 경제분야 외교관 성향의 사람 생각하면 된다. 

 

7) 잘하는 2 : 비행과 주행을 잘 한다. 

 

8) 이능력 : 전기(회로로 현현됨). 

 

9) 키 : 최종 성장 기준 208.8cm. 그런데 내 앤캐가 더 크다. 걔는 최종성장 232cm(현재 230cm).

 

컨셉은 이랬다. : 싸가지 없고 사람에 대해 이해도가 낮음에도, 사람의 선의 하나만 믿고 설계자로 각성(세계관 내 이능력자들은 어떠한 '최초의 경험'이라는 환상을 보고 설계자로 각성, 이능력을 얻는다. 이 이능력을 '미메시스'라고 칭한다)하게 된다. 그는 러닝 중 동료들과의 우정과 마찰로 인해 인간에 대한 선의 신뢰를 잃어 영영 삐딱선을 타거나, 끝내 선의를 믿고 행하여 사람을 사랑하는(*비로맨틱적 의미) 법을 알게 된다(그리고 후자로 성장함). 

 

 이상의 이유로 놈을 넣었다. 그리고,

 

출처 : AoU 총괄계정! 마젠타는 커뮤 내 딜러 클래스인 "디솔루티"를 뜻한다. 이놈은 후에 극공딜러로 성장하게 된다.
말 나온 김에 제 앤캐 합격 이미지도 보고 가시라구요 ㅎㅎ 앤캐와 같은 주황색 친구들은 커뮤 내 서포터 클래스인 "옵세르보". 이 친구는 후에 방서폿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붙었다! 야호!!!!!!

안 믿겨서 몇 번이나 쓱뽕쓱뽕한 기억이 난다. 무척 기뻤다. 아무래도 정말 가고 싶었던, 몇 안 되는 트커여서 더 그랬던 모양이다. 그렇게 두근두근 하면서 커뮤 라이프를 기대했는데,

 

회사에 문제가 터졌다. 별 건 아니고 1Q 이후 주총과 갑자기 어쩌구 TF팀에 끌려가 엉엉 우는 사람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 학기 복수전공에 7전공이다.

그래서새벽같이일어나공부하고과제하고지하철에서손으로코딩하고퇴근은러닝하면서집에오고철인쌩쑈다했다

 

심지어 저 설정들에 눈 돌아가서 "마스레이드"가 "슈퍼로봇대전"같은 건 줄 알았다. 그런 게 전혀 아닌데……. 난 이 커뮤에서 마스레이드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 알았고, 이해도가 낮았다. 심지어 보드게임도 잘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가 레이드 성향의 커뮤에서는 기적의 행운이 뒤따라서, 오프 포함 어떤 자캐도 러닝 중 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커뮤의 경우 그만큼 탱커, 힐러, 서포터 분들이 노력해준 결과지만……. 아무튼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이해도와 그걸 지켜보는 러너들과 스탭분들과 함께 9주나 되는, 트커 치고는 장기인 커뮤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내 캐는 싸가지가 없었고, 그놈 굴리는 나도 스트레스 받았다. 성격 때문에. 내가 왜 그랬지? 5초에 545465465번 쯤 후회하면서 RP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맨날 맨날 에버노트 사과문 쓰는 법 검색해봤다. 내가 왜 이럴까. 눈물만 났다. 과거의 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내 러닝 요약

 

3. 귀여운 안 티키테라와 고통의 길(1) : 나는 너와 말을 하고 싶었어.

Take 3 : 앤오님 피셜 안 티키테라 목소리 느낌st 노래, Mr.FanTastiC의 クレイジーダンス

 이제 내 앤캐인 안 티키테라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보통 커뮤 내 모든 캐릭터와 관계를 짜고 싶어하고, 그걸 못하더라도 모두와 말을 한 번은 해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때 접근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그 캐와 '공통 관심사' 내지는 같이 할 수 있는 어떤 주제를 잡고 간다.

 안 티키테라는 어릴 땐 소위 '왼 손에 흑염룡'이 있다는 설정인 만큼, 오타쿠 설정도 있었다. 서브컬쳐와 게임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특히 눈에 보였는데, 내 캐도 영화-드라마, 게임을 엄청 좋아했다! 이 친구와 놀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말을 못했다.

왜일까?

일정이 망해서? 아무래도 그런듯.

그리고 이상하게 말 걸 기회도 안 왔다…….

 

내가 기회를 노려보지 않은 게 아니다. 어떻게든 처음부터 모두와 말을 걸려고 했다. 1부 포함 매 분기마다 텍관도 12~14개 씩, 거의 내가 먼저 찔러서 짜고 갔다(mpc포함 정원30명). 일정이 빠듯해도 맹세코 열심히 뛰려고 했다.

 잠깐 항변 타임을 갖겠다. 최종적으로 엔딩 기준 만 천 몇 트윗을 하긴 했는데, 진짜로 붙여주신 이상 후회는 안 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같은 객기였다. 일일/주간 퀘스트는 로그도 받아준다고 하셔서 글로그도 열심히 썼다. 엔딩까지 쓴 걸 결산해보니, 공미포 기준 10만자, 공백 포함 18만자 썼다. 이것도 도저히 짬이 안 나서, 지하철 오가면서 글 내용 잡고, 손으로 쓴 거 집에 와서 옮기거나 폰타로 쳐서 올린 것들이다.

광기의 커뮤러. 원래 사람이 막차 타면 광기가 흐름.

 그만큼 노력하면서 뛰었는데 1부에서는 접점이 없었으니, 이건 그냥 운이 안 따랐다고 할 수 밖에. 그래도 나는 다음에는 꼭 말을 걸 거라고 다짐하고 있었고(물론 안 티키테라 포함 다른 친구들까지!), 마침 다른 캐릭터 오너님이 2부 텍관 조정 기간에 내 캐-본인 캐-안까지 해서 셋이 학내 밴드 관계를 짜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다.

 당연히 좋았다! 텍관이 있으면 말 찔러보기도 쉽지 않은가. 나는 보이는 대로 말을 먼저 거는 쪽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감사했다. 그렇게 2부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이걸 빌미로, 안 티키테라와 말을 해 볼 수 있었다. 마키나(커뮤 내 캐릭터들이 타는 1인용 소형 전투함)를 합체해서 로봇 만들자느니 하는 오타쿠 이야기를 잔뜩했다. 마침 뒷사람도 로봇이니 차체니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 자캐 입을 빌려서 하는 것이었지만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부도 적당히 대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캐릭터들이 간다르바 성계의 어느 행성에 임무를 나갔다가 고립된 상황이었다. 내 캐가 포함된 조사조가 "임시 거점"으로 사용 가능한 건물을 찾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오프와 안 티키테라는 커뮤 내 최장신으로(유이한 2m 이상 캐릭터들), 거기 있던 보통의 침대는 안 맞는 것이다. 다행히, 내 캐릭터는 오래된 상선 생활(여섯살 때부터 집안의 상선을 타고 다녔다)로 이런 것에 대한 대비를 해 뒀다. 즉, 선체 내외부  튜닝 자유 권한을 십분 활용해 마키나 내부에 침실 2개를 마련해둔 상황이었다. 마침 안이 바닥에서 잔다길래 이 설정을 빌미로 또 말을 걸었다. 여기서 궁금해질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님 관캐는요? 님도 안과 맞관이었나요? 

 

4. 귀여운 안 티키테라와 고통의 길(2) 

Take 4 : 앤오님 피셜 안 티키테라가 삐딱선 탔을 때(그때 가명 : E)의 목소리 느낌

 솔직히 말해서 러닝 당시 맞관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난 AoU에서 관캐는커녕 호캐도 없었다. 죄다 덕캐였다. 워낙 연애관계 관련으로 관심이 없다시피해서, 커뮤 갈 때마다 데이트-에이블 관계는 생각도 안한다. 이 때문에, 내가 치일 거라던지 내 캐가 누굴 칠 거라곤 상정 조차 안하기도 하고. 이래서 내가 미연시 게임을 하면 맨날 망한다.

 

 나는 안이 오프랑 우주짱친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청춘 밴드도 하고 마키나 3단 합체 이야기도 했잖아……. 그래서 안이 4부에서 E로 변하고(개인 서사 때문에 삐딱선 탄 것임), 오너님이 텍관 기간 중에 모든 관계 없는 걸로 한다고 하셨을 때 슬펐다. 가만 있다가 절교 선언 당한(?)거와 다름 없어서(*과몰입 아니다. 내 캐 시점에서다) 아, 이제 4부에서 뭐라고 말을 걸지……. 무척 머리 굴린 걸로 기억한다.

 나는 내 캐를 싸가지 저세상 보낸 설정으로 한 만큼 끝내는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친구가 되고 싶었다. 마침 다른 캐릭터들이 내 캐를 어릴 때부터 잘 감싸주고 보호해줘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 캐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상냥함, 친절 따위가 대가 없어도 이뤄질 수 있으며 인간의 선의 발현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분기점에 있었다. 신경을 쓴다고 해서 캐붕이 되는 것도 아니었거니와, 다행히 달변가 설정이 4개 시즌 내내 적당히 통용되어서 모두를 거부하고 방에 틀어박힌 E(=안)에게 말을 걸어도 이상 없을 캐릭터였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나……얘(=E=안 티키테라)한테 뭘 주제로 말 걸어?

 

말했다시피, 나는 엔딩 전까지 모두와 말을 해보는 게 목표였다. 단순히 안녕! 그래 안녕! 말고 (서사 까진 바라지도 않지만)좀 기나긴 핑퐁 대화를 하고 싶었다. 30명 정원에서 내 캐 빼면 29명 모두와 말이다. 마지막 커뮤일 거잖아. 그리고 마지막이니 아니니를 떠나서 나는 커뮤 가면 모두와 친구하고 싶어한다. 그야, 커뮤를 오는 게 모두와 놀려고 가는 게 아니던가? 안 티키테라도 마찬가지였다. E가 어떻게 변하든 아니든 그건 내게 상관 없었다. 야, 나와. 나와보라고. 내 캐랑 말 좀 해보자니까? 그런데 보다보니 화제 말고, 물리적인 문제가 있었다.

 

안 오너님하고 도저히 접속 시간대가 안 맞는 것이다.

 

오너끼리 접속 시간대가 맞아야 캐 끼리 대화를 할 게 아닌가. E는 대화를 거는 성격이 안 될 테니, 내 캐가 말을 걸면 되는데 시간대가 맞아야 말을 걸지! 엄청 걱정하고 있었는데, 같은 커뮤의 어떤 캐릭터(내 캐릭터는 HW 공돌이 설정도 있어서, 그 캐릭터의 마키나 정비를 봐주곤 했다)가 말하는 거다. 자기 마키나에 오르골이 있었는데, 그걸 안(E)이 줬다고. 그런데 그 캐릭터도 한 번 사망해서(ㅠㅠ), 마키나가 반파된 상황이었다. 내 캐릭터가 선체 수복을 맡았으므로 오르골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날조할 수 있었고, 오르골이 조금 파손된 상황이라 안에게 설계도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이거야! 우리 우정 전선 다시 회복할 수 있어!

 

아니야 이 자식아! 걔 나중에 네 앤캐 된다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걸 빌미로 내 캐가 아예 안 티키테라(E)에게 태그(@) 넣어서 말을 걸었다. 그리고,

 

우정전선에 문제? 생겼다. 아주 심각하게 폭망 직전 상태까지 갔다.

대화? 했다. 하긴 했어.

그런데? 얻어 맞고 쫓겨났다. 물론 내 캐도 누가 치면 카운터 치는 성깔이라 때리긴 했다.

 

당시 조율 DM 중 내 답변. "제 캐가 님 캐에게 욕하겠습니다." "와! 정말요? 좋아요!"

 

여기서 내 눈새작렬인 에피소드가 있다.

 E는 사람하고 대화하기 싫어해서 관측실로 쓰는 어두운 방에 혼자 틀어박혀서 매번 관측만 했다. 그런데 그 공간에 내 캐를 들여보내 준 것이다. 심지어 멱살 잡고 싸우기 전에 E는 내 캐한테 안이 너를 꽤나 좋아했고(친구로서 라는 의미로 나는 받아들임), 네가 이런 짓 하는 거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내가 생각이 짧았다. 난 이걸 'E의 안에 있는 안 티키테라'의 SOS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환장 포인트1). 당시 E의 행동이나 타 캐릭터와의 대화를 보면, 성격에 대한 병리적인 이유이거나 미메시스(세계관 내 이능력)적 이유로 갇히거나 해서 안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그냥 내가 보기엔 그랬다). 조금만 두들기면 내 캐릭터의 친구 안 티키테라를 다시 볼 수 있겠다! 하는 선무당적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그렇게, 오노프레 테이셰이라는 E에게 "난 네가 재밌어. 너에 대해 궁금함이 풀리기 전까진 계속 말을 걸 거야" 하는 Sapsori를 지껄이게 된 것이다. 

 

당연히 관계가 좋아질 리가 없었다. E와 대화하기에 우주폭망해버린 내 캐는, 그의 이심률 스킬(캐릭터 위치 이동 스킬) 또는 미메시스 스킬에 따라 밖으로 내쫓겼고-강제 공간이동 당함-, 조사 전에는 치고 받고 싸우기까지 했다. 그렇구나, 나 이렇게 내 캐 친구 한 명을 잃는구나……. 얘가 도저히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이고, 내 캐는 메딕도 아니니까 그냥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E가 우리 나중에 2차전 하쟨다. 내 캐 등을 쳐버리고 말이다. 그래, 이렇게라도 대화 이어가는 게 어디야. 우리 우정 8:45 천국으로 갔지만 나는 그거라도 됐다고 생각했다(환장 포인트2).

 

이 바보(=나=장수돌)는 이제 아, 나 말로만 듣던 혐관 얻는 거야? 개꿀이네?ㅋ 하고 생각하게 된다.

 

5. 그런데 말입니다……. : 신호를 못 받아서 죄송해요.

Take 5 : 오프의 목소리 느낌&뉘앙스라고 생각한, Stereophonics의 Maybe Tomorrow

마지막인 만큼 소위 *요새 커뮤러*들이 한다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냥 커뮤할매 바람 난 것이다.

*요새 커뮤러*에 대한 광기는 더욱 커져만 갔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별 수 없지. 나는 안과의 관계 회복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충실하게 레이드도 하고, 말도 걸고, 딜각에 집착하는 나날이 지났다. 커뮤에서 분기 상 중요 지점에 돌입했는데, 그게 바로 "심상 세계"에 캐릭터들이 빠진 것이다.

 

 이 심상 세계에 진입 직전, 캐릭터들은 선택의 결과 자신과 주변에 대해 하나씩 잊게 된다. 주변인, 자아에 대한 형성과 그에 대한 사건들, 자기 자신에 대한 직전의 정의 모두. AoU는 다소 철학적인 물음 : 나는 누구인가? 가 커뮤 스토리의 중요한 흐름이었기 때문에(=라고 내가 생각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올 법 한 에피소드(=자아 잃기 보다는 자아 재정립을 요구하는 어떤 순간이나 분기점이 올 것)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위에서 밝혔다시피, 오프는 자아가 정말 세다. 얼마나 세냐면, 우주와 자신이 융합했고, 우주는 정의 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야망 쩌는 놈인 것이다(그리고 이런 애가 신념 갖고 삐뚤어지면 다스베이더 같은 게 나오는 것이다). 심상 세계에서는 자신의 외형마저 잊히거나 해체된다. 그런데 오프는 자아가 센 놈이라 외형을 유지하고는 있었다. 다만 얘는 성격에 후천적 환경과 주변인 영향을 많이 받은 애라 안 그래도 없는 싸가지가 마이너스 상태까지 갔다. 이대로 가다간 싸가지 계의 국가 부도를 선언하고 국제 기금을 요청해야 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잊은 안이 내 캐에게 말을 건 것이다. 나는 머리를 잡아야했다. 이……이 파란 머리 싸가지 상태로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착한 친구에게 막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뇌를 잡고, 그럼에도 천성적으로 이성적인 오프의 설정에 기대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오너님이 또 조율 DM을 보내신 것이다. 대충 내용은 : 제가 님 캐랑 치고 받고 싸운 날에 좀 그렇지만 뽀.갈(뽀뽀갈기기)를 해도 될까요? 였다.

 

역시 당시 DM 중 내 답변. "제 캐가 님캐한테 뽀갈할게요." "와! 정말요? 좋아요!"

 

 솔직히 나는 안 오너님도 쩔어주는 즐커러라고 생각했다(환장 포인트3).

 

 생각해보라. 저 스진 전에 내 캐랑 진짜 치고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뽀갈을 하고 싶으시다고 해. 나는 우리 우정이 파괴되어 안티파시(커뮤 중 주적 '라토스'의 근원지. 캐릭터들은 이 안티파시라는 걸 찾아 멀고 먼 구 태양계까지 왕복 20년 짜리 워프 항해를 한다)가서 분쇄된 줄 알았는데. 그런데 주먹질하고 뽀뽀까지 하자고 하잖아. 그럼 즐커러 아냐? 내가 틀려?(응, 틀려.) 

 

 말했다시피 나는 관캐 부류가 없었고, 이것도 그냥 *요새 커뮤러* 유행인 줄 알았다. 그래, 커뮤 할매 특 : 트커에서 하자는 거 다 유행인 줄 앎. 인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오케이 하니까 안이 정말 내 캐 입술에 뽀뽀를 갈기는 것이다. 이때 좀 아련해졌는데, 그게 기억 찾으면 우리……우정 분쇄 될 거니까(그런 줄 알았음. 그런데 아니게 되긴 함). 우정의 뽀뽀 드립도 못 치겠네. 드립 칠 찬스 날아갔네. 아쉬워했지만 그냥 그렇게 스토리 진행을 했다. 

 

 그리고 안은 자신을 찾았다. 오프 또한 오프의 방법으로 찾았고.

 

 그런데 이제 자신을 찾은 안이 갑자기 우리 싸우쟨다. 2차전 하쟤. 정말 대박인 폭풍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또 오너님 쪽에서 조율 요청 디엠이 왔다.

 

DM 중 내 답변. "제 캐가 님캐를 또 때릴 겁니다." "와! 정말요? 좋아요!"

 

되게 라떼시절 소년점프류 청춘 만화처럼 싸웠다. 그 왜, 해변에서 싸웠던 주인공 일행 둘이 치고 받으면서 하하하! 이 바아보녀석! 하하하, 너야말로! 하면서 하는 거 있잖아. 그걸 안 티키테라랑 했다. 그래, 귀여웠다. 그리고 나는 우정 전선이 회복 된 것에 안심했다. 안 티키테라도 더는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고 다시 모두와 잘 지내는 것 같아 기뻤다. 아, 이렇게 내가 또 내 조카(=덕캐)의 성장을 보는구나. 눈물 날 뻔 했다(안 울었다). 

 

 그렇게 9주간의 긴 커뮤는 엔딩이 났다.

 

6. 예? 진짜요? 여기서요? : 대환장의 끝

Take 6 : 내가 픽한 안/오프 계연-커플 노래, Tom Grennan - Little Bit of Love 

 

 난 연공을 안 하려고 했다.

 

 솔직히 은영전 레퍼런스 있는 커뮤니티니까 할까 싶기도 했는데…….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 커뮤는 나에게 정말로 갓커였다. 30명 중 아무도 하차하지 않았고(극 초반에 31명이었는데, 그 분은 일정 때문에 하차하신 걸로 안다), 하드한 레이드커였는데도 다들 잘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겐 한 가지 작은 꿈이 있었다.

 

하하. 갓커였습니다. 그럼 이만. 외치고 쿨하게 연공 안 하고 가버리기.

 

겉멋 같은가? 반쯤은 그렇다. 하지만 반쯤은 내 추억 지키기 용이다.

 

요새 커뮤는 애프터에 별의 별 박살이 다 터진다고 들었다. 갓커를 갓커로 추억 보정 시키려면 지키는 것부터 중요했다. 가뜩이나 내 입장에서, 내 캐는 되게 비호감 캐릭터였다. 굴리는 사람부터 내내 스트레스 받았는데, 같이 러닝한 같커 캐들이 아닐 리 없었다. 괜히 애먼 사람 껴서 서로 불편해지느니 그냥 나는 나대로 좋은 추억 갖고 사라지고, 그 분들은 알아서 좋은 길 가길 바랐다. 이제는 현 앤오님이신 파란님께는 에버노트 받을까봐라고 말씀드렸지만, 그건 반만 밝힌 진실이다. 나머지 반쪽은 너무도 이기적인 이유여서 이제서야 여기서 밝힌다(죄송합니다. 그래도 거짓말은 안 했어요, 저…….).

 

그런데 현 앤오님은 DM으로, 다른 러너님들 몇몇은 연공 꼭 하자고 멘션을 주시는 것이다. ㅠㅠㅠ나 진짜……진짜 감동했다. 조금 안심도 됐다. 나 진짜 쓰레기 러닝까진 안했구나. 다행이야! 게다가 이런거 은근히 마음도 약해서 어, 어어? 하다가 즉석에서 급하게 트위터 계정을 파서 연공 하게 됐다(진짜 안 할 생각이라서 연공계 파놓지도 않았다). 괜히 마음 굳힌게 민망해지는 타이밍이었지만, 그거 민망해하느니 좋은 분들께서 감사한 제안 주심에 좋게 생각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애프터도 재밌었다. 다들 귀엽고 멋지고 개성 많은 캐릭터 같았는데, 뒷사람들이 더 했다. 그 와중에 안 티키테라 오너님하고는 이래저래 멘션하면서 썰을 풀다가, 어쩌다가 동거 관계 언급까지 됐다. 이걸 DM에서 풀게 되고, 동거 체크리스트라는 신세계 문물도 접하면서 너무 재밌었다! 오너님도 이거저거 열심히 이야기하려고 해주셔서 더 좋았다. 뭔가 가져오시고, 같이 맞춰보고, 그 리스트를 주제로 잡담도 하고.

 커뮤 뛴 거 보면 알겠지만, 나는 뭐 하나라도 하면 열심히 하려는 성향이다. 적극적이게 뭐라도 하거나 같이 하려고 한다. 따라서 상대 또한 그만큼 적극적이면 친분적인 면에서 더욱 호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 사람이면 뭔가 캐릭터 관계 만들고 이거저거 잡담해도 즐거울 거라고 확신했다. 앞서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커뮤를 공동 창작하러, 이야기 만들러 온다고. 그런 면에서 파란님은 내게 오너적으로 잘 맞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안 티키테라가 생각보다 더 대형견 캐릭터라 너무 귀여웠다! 세상에, 내 캐(=당시 동거인)가 오래 자리 비우면 문 앞에서 기다린다잖아ㅠㅠ. 나는 멍멍이 타입 캐릭터를 정말 좋아한다. 거기에 둔둔 근육 떡대캐? 이건 그냥 천국인거죠. 파란님과 썰을 풀면 풀 수록 안 티키테라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그린 듯한 내 취향 캐였다(환장포인트 4, 그럼에도 둘이 연애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못함). 세상에 이런 행운이! 나는 지금 내 취향 캐랑 동거관을 짠 거야? 이야, 할매 끝장 운빨 너무 좋은데? 쓰다보니화딱지난다이자식눈치좀누가챙겨줘

 

 나는 이 관계를 빨리 자랑하고 싶었다. 이거봐, 나도 *요새 커뮤러*라구! 쩔어주는 동거관계도 짰어. 심지어 232cm 대형견 타입이라구! 근육빵빵 논바 캐릭터! 그렇지만 이건 쌍방이 같이 한 거니까, 오너님께 언급은 하고 애프터 탐라든 내 계정이든 말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 오너님 = 파란님께 물어봤다. 우리 동거관 자랑해도 되나요?

당시 만들었던 동거관 체크 리스트. 오프 오너 닉이 OnO 인건 연공계 닉이 저거여서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게 흘러갔음을 그제서야 직감했다(환장 포인트5). 갑자기 내게 할 말이 있으시단 거다. 그런데 말을 하기 전에 준비가 필요하기까지 한 거래. 뭘까? 사실 요새 트커는 동거관을 밖에 이야기 하면 안 되는 새 룰이 생긴 건가? 어리둥절한 할매에게 파란님이 하신 말씀 : "동거관에 계연 볶아 드실래요?"

 계연 제안 전에 동거관 썰을 풀고 있었다. 뭐냐면 안의 잠버릇이 흘러내린다는 거였다. 그래서 오프가 안 더러 리퀴드니 뭐니 하고 하하호호하고 있었는데, 이거 말하면서 맥주도 마시면서 아무튼 즐거운 사람 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내 현생이 정말 바빴다. 계연을 하려면 뭔가 로그도 줄 준비 해야하고,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못 챙겨주면 어떡하지. 덜컥 그 걱정부터 들어서 구구절절 TMI를 쏟아냈다. 안 티키테라가 싫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취향 캐이지 않은가. 그럼 내 캐는? 따지고 보면 오프도 그레이로맨틱 팬섹슈얼 성향의 캐릭터고, 강아지 유형의 사람을 좋아하니까 내 캐에게도 문제는 없었다. 다만 언제나 문제는 나, 현생, 오너 사정이었다. 제가요, 회사도 다니고요, 전공 바꾼다고 대학생 2회차도 병행하고요, 밴드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썰만 풀어도 괜찮으시다고 하셔서 결국 몇 번의 구구절절 끝에(다시 반복하지만 싫은 게 아니라, 진짜 정말로 내가 현생이 빠듯했다. 본인 기준에서 제대로 못 챙겨준다고 느끼면 섭섭할 거 아닌가. 애먼 사람 데려다가 같이 놀자고 해놓고 섭섭하게 만들기 싫었다. 난 정말로, 사람 잡고 잡담은 할 수 있는데-나는 멀티가 되는 사람이다. 채팅하면서 과제 할 수 있다-, 뭘 쓴다거나 할 순 없었다. 커뮤 정규 스케줄이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커뮤 뛰기 가능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일정에 대한 이야기가 쌍방에 오케이 되자 나는 그럼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내 주량은 위스키 2병이기 때문에 맥주 정도야 시원한 음료수로 정신 차리기 수준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아래 보면 알겠지만 2분만에 반캔 원샷하고, 1분만에 쪽지 써서 날렸다(ㅋㅋ).

 

#가보자고
파란님의 지인님께서 익명으로 지원해주신 계연틀.

그래! 뭐, 썰풀이 계연 정도야! 솔직히 논바이너리 캐릭터랑 뭔가 해보는 건 처음이라서, 내가 실수를 할까봐 걱정되는 거 빼고 걸리는 게 없었다. 그래서 계연을 하려면 기간을 정해야하지 않나? 이제 오너님께 기간 얼마나 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계연 이어지다 괜찮으면 합앤 하실래요?"의 답이 온 거다. 네? 합앤이요?

 

이 쓰레기 한량하고 저 착한 대형견 친구가 합앤이요?

 

안 티키테라는 착한 애다. 적어도 자기 친구에겐 착한 친구다. 그런 애가 스트레스 유발맨인 내 캐랑 합앤이라니……. 이건 좀 다른 문제였다. 캐릭터가? 아니, 오너적으로.

 

솔직히 아, 그럴거면 그냥 합앤 때려요~! 할 수 있었는데, 할매적 이성(?)이 나를 잡았다. 내게 계연은 언제든 파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합앤 및 진짜 앤오 관계는 그보다 약간의 책임감을 더 요구하는 문제였다. 계연 상대에게 책임감 없이 군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나 싶기도 한데, 이건 계연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부터 커뮤를 뛴 내 인지 차이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게 계연은 어떤 중간 단계다. 계연이 언제고 터트릴 수 있는, 연공계에서 적당히 비빈다는 수준이면, 오너적으로 '캐릭터끼리 자컾 관계를 맺는다'는 건 우리 공동 창작도 하면서 좋게 좋게 오래봐요!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동호회에서 말 좀 나눠보다가(=계연 단계) 어, 이 사람 재밌네? 싶으면 친구 맺는(=앤오 관계) 흐름과 비슷하게 본다는 거지.

 트커는 캐 이입제라 뒷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나는 캐릭터보다 같이 노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야 공동 창작자이지 않은가? 아무리 캐가 마음에 들어도 뒷사람이 끔찍하면 끝장이다. 그리고 이건 파란님도 마찬가지일 거 아닌가? 나는 파란님이 같이 놀면 재밌을 사람이라고 확신했지만, 상대방은 뭔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파란님께 구구절절 DM을 보냈다. 우리가 캐릭터 이입제 커뮤를 뛰었으니까, 제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잘 모르시잖아요. 가뜩이나 저는 논바이너리 캐릭터랑 이렇게 놀아 본 적이 없어서, 제가 잘 모르는 부분으로 인해 님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요……. 구구절절의 연속 끝에 일단은 "체험판"으로 계연 하기로 하고, 파란님 쪽에서도 내가 앤오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확신이 되면 합앤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론은?

 

이제 그냥 합앤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걸 썼죠! 와! 성사 후기 써보는 거 재밌다!

이럴거면 이 모든 삽소릴 왜 한 걸까. 갑자기 현타가 온다.

파란님이 그려주신 안오프.
우리 계연?인 줄 알았으나 합앤? 틀.

 

아무튼 이 긴 이야기는 끝이다. 

 

결론은 내가 탈커 직전에 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떡대논바근육댕댕이 업어왔다는 자랑 염장질이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제안해주신 파란님께 감사드립니다.

파란님의 후기 속에 등장하신 파란님의 지인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여러분이 있어서 얘네가 이어졌나봅니다(?).

 

또한 의리로 언급합니다.

 

최고의 운영러이자 제 최고의 백합 자캐커플 앤오님이신 봄봄님,

오늘도 먼 해외에서 응원해주시던 잉크님,

그 외 커뮤계에서 축하해주신 여러 트친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자컾 덕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수돌 드림.